눈에 보이는 것마다 시가 되는 때가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마다 시가 되는 때가 있다

가슴으로 다가오는 것마다 노래가 되는 때가 있다

이 세상 많은 시인들도 그러하였을 것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머리칼을 흔드는 시를 만나는 때가 있다

뜨겁게 흐르는 것들이 서늘히 이마를 씻어주는 시들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한 달씩 두 달씩 시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이 세상의 많은 시인들도 그러할 것이다

부지런히 일하고 더 바쁘게 읽고 쓰곤 하였지만

시를 만나는 날이 멀어지는 때가 있다

조금은 풀죽은 모습으로 웃어넘기곤 하였지만

시를 버리고라도 더 중요한 것을 찾아

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지만

우리가 모르고 있는 무슨 다른 까닭이 있을 것이다

제 가슴의 가장 소중한 것 하나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거나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먼저 시를 버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가 먼저 우리를 배반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