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골짝에서

 

낮은 가지 끝에 내려도 아름답고

험한 산에 내려도 아름다운 새벽눈처럼

내 사랑도 당신 앞에 그렇게 내리고 싶습니다

밤을 새워 당신의 문을 두드리며 내린 뒤

여기서 거기까지 걸어간 내 마음의 발자국 그 위에 찍어

당신 창 앞에 놓아두겠습니다

당신을 향해 이렇게 가득가득 쌓이는 마음을 모르시면

당신의 추녀 끝에서 줄줄이 녹아

고드름이 되어 당신에게 보여주겠습니다

그래도 당신이 바위처럼 돌아앉아 있으면

그래도 당신이 저녁산처럼 돌아앉아 있으면

바람을 등에 지고 벌판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당신을 사랑했었노라는 몇줄기 눈발 같은 소리가 되어

하늘과 벌판 사이로 떠돌며 돌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