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기다리며

 

검푸른 하늘 위로 싸아하게 별들이 빛나고

온 들을 서리가 하얗게 덮는 동안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날이 밝으면 밤새도록 서리에 덮힌 들길을 걸어

고개 하나를 또 넘어야 한다.

가시숲 헤치고 잡목수풀 지나 산 하나를 넘어야 한다.

아직 길이 나지 않은 저 숲에는 녹슨 철망도 있다 하고

발을 붙드는 시린 계곡물과 천길 벼랑도 있다 한다.

잠 못드는 이 밤 산짐승 울음소리가 가까이에 들리고

어쩌면 겨울이 길어

바람 또한 질기게 살을 때리며 뒤를 따라오기도 할 것이다.

눈물로 가야 할 고난의 새벽이 가까워오는 동안

이 길의 첫발을 우리로 택하여 걷게 하신 뜻을 생각했다.

나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을

함께 떠나기로 한 벗들을 생각했다.

어찌하여 우리가 첫새벽을 택해 묵묵히 이 길을 떠났는지

어찌하여 우리의 싸움이 사랑에서 비롯되었는지

우리가 떠나고 난 뒤 남겨진 발자국들이 길이 되어

이 땅에 문신처럼 새겨진 뒷날에는 꼭 기억케 될 것임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