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고

 

버즘나무 밑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너를 만났다

시 몇 줄 쓰는 것 때문에 붉은 도장을 끊임없이 찍게 만들던

네가 아들 딸 남매와 네 아내를 데리고 그 앞에 서 있었다

나도 네 아이들이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으며

집에서 초롱초롱 기다리고 있을 내 자식들을 생각했다

네가 네 자식과 네 나날의 삶을 위해 일을 한다 했듯

나도 내 새끼들의 억압 없는 내일과

가난한 내 이웃들의 빼앗긴 삶을 위해 시를 썼었다

그들 모두의 사람다운 삶을 위해

나도 때론 분노하고 때론 눈물지었다

그리고 너의 그 질긴 발길과 눈매 때문에

나는 몇 해 동안 꼭 너의 그 어린 남매만한

에미 없는 내 아들 딸과 헤어져 살아야 했다

오늘 이 밤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너를 만나서

너와 반가운 듯이 손을 잡았다

너를 보면서 나는 분노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더 힘주어 너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

그리고 네 편안한 삶과 안녕을 물었다

너는 나에게 있어서 진정 무엇인가

돌아오는 길에 나는 줄곧 그 생각을 하였다

너는 진정 나의 죄인가 원수인가

나는 차창 밖의 별 하나 뜨지 않은 하늘을 보며 도리질했다

칠흑의 하늘 저 뒤에 서서 결코 뉘우치지 아니 할

너무도 당당한 얼굴들을 나는 잊지 않는다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변하지 않은 네 표정을 자꾸 지우려 애를 쓰며

그러나 나는 네가 적이어서는 안된다고 도리질쳤다

내가 내 작은 고난이나 어려움 따위로

너를 미워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안된다고 도리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