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둑에 서서

 

물가의 오리들이 깃을 치며 후두둑 물을 털어내듯

나무들도 물방울을 털어내며

젖은 몸을 말리고 섰습니다

물살에 쓰려나간 강둑은 깍인 상처 그대로

밀려오는 물들을 안아 흐르고 있습니다

이번 장마는 너무 길었습니다

터지는 둑을 막으며 날이 새도록 빗줄기와 싸우다

마침내는 자갈밭에 무참하게 내동댕이쳐진 모랫가마니처럼

우리의 보람도 한순간에 쓸려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있는 힘을 다해 싸웠지만

알고서도 막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곳의 길이 끊어지고 둑이 무너져

거침없이 우리를 덮어버리는 때가 있습니다

아직도 빗줄기가 오락가락

슬픔 몇 줄기도 오락가락

가끔씩 찬 이마를 때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휘인 허리를 다시 펴는 옥수숫대처럼

천천히 숨을 몰아쉬며 다시 피어나는 강둑의 들꽃처럼

우리도 다시 터진 논둑에 삽을 꽂고 섰습니다

젖은 몸을 바람에 말리며 쓰러진 것들을 세우며 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