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미사

 

낮에는 매미 우는 소리에 백양나무 잎이 떨리더니

오후부터는 다시 비가 내렸습니다

오늘 밤이 지나면 동갑이던 당신과 나의 나이는

이제 꼭 두 살 차이가 납니다

저녁에는 아직 다 짓지 못한 성당에서

미사를 올렸습니다

당신에게는 늘 이렇게 조촐한 기도밖에 드리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아직은 큰 슬픔을 모르며 자라고 있습니다

당신이 몰라보게 커가는 딸아이의 밝은 목소리를

당신도 가끔은 듣다 갔으면 싶습니다

이별이 길고 그리움도 길어서

나는 가끔 이 세상에서 내가 할 일을 놓고

망연히 하늘을 건너는 구름을 보곤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혼자 보내는 시간이 당신에게도 떳떳치 못해

작은 슬픔에 기대지 말고 삶으로 이기며 일어서기 위해

발걸음을 고쳐 딛곤 합니다

젖은 세상이 마르고 눈물없는 기도를 올리는 날들이

많아지길 나도 기원합니다

아직도 어둠이 깊고 이 세상의 무거운 장막은 걷히지 않아

여럿이 손을 잡고 헤쳐가야 할 길이 멉니다

당신도 그곳에서 평안하여 이 땅을 위해 기도해주길 빕니다

아직 이 땅에 해야 할 일들이 많아

이곳에 남아 있는 이들을 위해

당신의 마음도 늘 이 땅으로 쏟아지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