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서

 

육신을 떠난 영혼도 모습을 갖는 걸까요.

이 땅의 가까운 이들에게 육신을 남기고

가까운 거리를 가없는 먼 곳으로 옮겨가는

그 깊은 시간의 나라에는

흘러오는 세월 흘러가는 세월이 없어

그것을 영원이라 부르는 것일까요.

그들은 모두 이 땅에서 가졌던

가장 높은 사랑의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


오늘도 얕은 잠의 안쪽에서 만난 당신 모습은

저물도록 억새밭에 날 앉아 있게 합니다.

건너야 할 강물 앞에 고즈너기 앉아

소조한 바람을 일으키는 당신의 자세는

이 땅에 한 달째 빗줄기로 내려와

강물을 늘리며 내 앞을 가득가득 흘러갑니다.

잠 못 들어하는 당신과 나의 어둠을 가로질러

아침이면 가슴을 가득히 메워옵니다


강을 건너가는 당신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흘러오는 시간 흘러가는 시간이 없는 곳엔

기다림도 없습니다.

늙어가고 기다리는 일은 이 땅의 일입니다.

당신과 나의 거리는 오직 내 기다림만으로

가까와질 수 있습니다.

강을 건너간 뒤 가끔은 바람을 쐬러 이 강가에 나와

사랑 하나로 늦게까지 영혼을 닦고 있기도 한다면

고적하지만 고적하지 않게 이 땅에 남아

남아 있는 날들을 다듬어 잘 갈무리하여

나도 당신께 달려가겠습니다.


내게 오래도록 당신을 사랑할 시간을 더 주신 까닭은

이 세상도 오직 사랑만이 온전케 하고

하나의 덩어리로 완성되어지는 것임을

알게 하시려는 뜻인가 생각하는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