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한 마리

 

아주 먼 곳이지만

언제부턴가 제가 바라보는 산 아래에

새 한 마리가 와 앉아 있습니다


제가 바쁘게 쫓겨다니다 돌아와 보면

그 새는 언제나 흰 빛의 점으로 고여 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며

많이도 가슴 아파하고

비가 몇 주일을 두고 내리던 그 해 가을

저는 제 곁에 유심히 가까이 와서 날던

그 새를 만났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다 그치고

송홧가루가 추녀 밑에 노랗게 고이는 날

저는 또 그 새를 만납니다.


잊고 지내는 것은 언제나 제 편이지만

그 새는 제가 마음 가라앉아 돌아오는 날이면

언제나 그 자리에 와 앉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