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잊으리라 합니다

 

하늘에 별이 뜨듯 길가엔 풀꽃이 피어 반짝입니다.

길가에 풀꽃이 피듯 은하수엔 별들이 소롯소롯 모여 깜빡입니다.

혼자 돌아오는 길도 외롭지 않습니다.

풀잎 위에 이슬이 있듯 내가 당신 곁에 있고

풀잎 끝에 바람이 오듯 당신이 내게 오므로

들길을 걸어 돌아오는 오늘 같은 밤은 혼자도 넉넉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당신 곁을 떠나야 하지 않나 자꾸 생각듭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 당신에 대한 집착이 되어

사랑하는 마음보다 욕심이 커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내가 당신을 향해 걷는 길만은 언제나 밝게 밝혀 두고

당신 아닌 큰 것을 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합니다.

오직 당신에 대한 설움에만 내 마음을 매어 두고

내가 지고 가야 할 나의 십자가는 외면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당신의 죽음으로 내가 다시 살았고

내가 살아서 매일매일 당신을 다시 살게 해야 하는데

땀 흘리는 한낮 한줄기 바람으로 당신이 내게 오는 뜻을

나는 너무 외곬의 마음만으로 받아들이는 듯합니다.

이제는 잊으리라 합니다.

그러나 그저 별이 홀로 깜빡이다 저물듯

그렇게 나 혼자만 속으로 잊으리라 합니다.

그리고는 돌아서 별 아래 풀꽃이 있듯 그렇게 있으리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