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약속

 

우리에겐 약속이 없었다.

서로의 눈빛만 응시하다

돌아서고 나면 잊어야 했다.

그러나

하루만 지나도

어김없이 기다려지는 너와의 우연한 해후,

그저 무작정 걸어봐도

묵은 전화수첩을 꺼내 소란스럽게 떠들어봐도

어인 일인가,

자꾸만 한쪽 가슴이 비어옴은.


수없이 되풀이한 작정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네가 닿았음직한 발길을 찾아나선다.

머언 기약도 할 수 없다면

이렇게

내가 길이 되어 나설 수밖에.

내가 약속이 되어 나설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