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떠났습니다

 

그는 떠났습니다.

떠남이 있어야 돌아옴도 있는 거라며 그는

마지막 가는 길까지 내게 웃음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내가 왜 모르겠습니까,

그 웃음 뒤에 머금은 눈물을.

그의 무거운 발자국 소리를 가슴에 담으며

나는 다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뛰어가서

그대의 앞길을 막아서고 싶었지만

도저히 난 그럴 수 없었습니다.

먼 훗날을 위해 떠난다는 그를

어떻게 잡을 수 있겠습니까.

입술만 깨물 수밖에.

내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동안

그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그제서야 내 몸은 슬픔의 무게로

천 길 만 길 가라앉습니다.

그는 떠났고 나는 남아 있습니다만

실상 남아 있는 건 내 몸뚱어리뿐입니다.

내 영혼은 이미 그를 따라 나서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