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꽃 소곡

- 죽어 참꽃으로 피어났을, 내 어린 날의 눈 먼 누이에게

 

누이야 참꽃이 피었다.

기다리면 기다리는 만큼 참꽃은 아름답다.

내가 쓰는 이 아름답다는 말 한 마디


아름답다는 것이 무언지 누이는 알까.

빨강크레용을 입에 넣어 깨물어보던 눈 먼

누이야, 오랜 기다림 끝에 참꽃이 피었다.

지난 겨울은 네 폐병 말기의 기침소리처럼

쓰라렸고, 크레용 속에 가두어 두었던

내 유년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면 언제나 나는

그림을 그렸다. 새하얀 도화지 위에 그려진

내 유년은 싸늘한 어둠 속을 날아가는 파랑새

한 마리. 누이가 뱉어놓은 피 한 방울.

누이야, 네 손 끝에 묻어나던 크레용 냄새를

기억하느냐. 늘 네 손 끝엔 산이 있었고,

강이 흐르고, 바람 소리가 들렸었지.


누이야 네 밝은 가슴으론 무엇을 보았니.

어둠의 끝, 세상의 끝을 보았니. 한 닢

반짝이는 나뭇잎을 보았니. 네 못 보던

눈에 송글송글 눈물이 맺히게 하던 언덕배기,

아이들 튼튼한 함성으로 이 언덕배기에 누이야

참꽃이 피었다.


이 세상 무엇이 되어야

가장 아름다운 꿈이 될 수 있을까.

될 수 있을까, 무엇이 되어 한 닢 반짝이는

눈물로도 남을 수 있을까. 부르면 다가올 것같은

누이야, 잊혀진 모든 것들 다시 돌아오는

봄날 하오, 어김없이 참꽃은 피고 지는데

누이야 너는 어떤 꽃으로 피어났을까.

이 세상 어떤 아름다운 꿈으로 피어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