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렇습니다. 우리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구석지고 어두운 장롱 밑을 기어다니는

한 쌍의 바퀴벌레면 어떻겠느냐고 생각했습니다.

한 쌍의 바퀴벌레로 세상의 온갖 더러운 찌꺼기를

갉아먹는다 해도 그게 무슨 대수냐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그러나 그대는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자신은 그렇다 치더라도 바퀴벌레로 변해

세상의 온갖 더러운 것들을 갉아먹는

나의 모습을 어찌 보느냐고.


그렇게 말하는 그대를, 그런 마음가짐의 그대를

내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