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성별식

- 성스러운 이별, 그 하나

 

돌아오지 못하는 것들은 언제나 정직하다.

이름 붙여지지 않아 쉽사리 잊혀질지라도

그네들이 남겨둔 발자욱,

발자욱의 두께는 누구든지 가늠할 수 있다.


나는 이제 바람과 한 몸이 된다.

바람은 쉬지 않고 잠자지 않고 게으름피지 않는다.

미성년의 길목을 지나

추위보다 먼저 성년의 언덕에 다다르면,

내 삶의 아랫도리를 흥건히 적셔놓고

한쪽으로만 생각을 쏠리게 하는 공복의 겨울을 만난다.


눈이 내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기다린다.


또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꿈꾸는 자세가 서툴다.

미래는 무슨 색일까, 막연히 감회에 젖어 있기엔

지나온 흔적들이 너무 슬프고 맨살 맨몸이 너무 아리다.

내게 남은 행복이 있었더냐, 그것 또한 거두리라.

신이 귓속말로 조용히 속살일 때,

아아 난 이미 알았어야 했다.

살아 있기에도 용기가 필요한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