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들 2

 

아버지는 맨손으로 돌아오는 때가 없었다.

유독 많은 눈이 이 들판을 덮어도

아버진 눈 속을 헤쳐 땅에 박혀 있는 농약병, 땔나무

하다못해 지푸라기 하나라도 주워들고 오셨다.

그렇게 알뜰히 가난을 모으고 모아

자식들한테는 물려주지 말아야지

너희들 앞길만은 반듯하게 닦아놓아야지, 하시더니

그 길로 어머니 꽃상여 보내신다.


시신이야 썩지 않아 다행이지만

꽁꽁 언 땅에 어디 삽이나 제대로 들어갈까.

너희 엄마 살아 생전 고생 못 면하더니

죽어서도 여전히 추운 살림이구나

얼음장 같은 요령소리 뒤따라가며

요셩소리보다 더 큰 헛기침 내뱉으며

아버지 돌아서서 평생 없던 눈물 보이신다.


아버지 그날 이후

빈 들 바라보는 일 잦으시고

마을에서 밤 늦도록 술을 마시는 날이면

그대로 영영 취해버렸으면 싶었다.

그러다가도 아버지

새벽녘, 이 들판 건너올 때 혼자 오시는 법 없었다.

언제나 어머니를 가슴에 안고 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