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에 타는 것은

 

사랑은 무슨 팡파르를 울리며 오는 게 아니었습니다.

발자국 소리도 없이, 아주 작은 숨소리 하나라도 내지 않고

사랑은 다가와서 순식간에 우리를 환희와 고통, 기쁨과 슬픔,

혼란과 후회의 불 속으로 던져버렸습니다.

그러나 잠깐 환희로 타올랐다가 금세 고통의 재가 된다 할지라도

사랑의 불에 타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고통마저 감미로울 수가 있었으므로.


올 때도 남몰래 왔듯이 우리는 그 사랑이 언제 떠나갈지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절절하고 소중한 우리들의 사랑,

사랑을 했기 때문에 비록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해도

전혀 사랑하지 않았으므로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은

그 누구도 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의 비극은 원래 없는 것이기에.

다만, 사랑이 없는 데서만 비극은 싹트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