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사람의 자리가 선명히 드러나거든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밤이 많거든, 사랑이란 것은

우리 인간의 한낱 부질없는 약속임을 알고 애써 잠을 청하라.

그대로 잠이 오지 않거든 자리에서 일어나 마당이라도

한 바퀴 휙 둘러볼 일이다. 끄지 않은 네 방의 불빛처럼

아직도 떠난 사람의 빈 자리가 선명히 드러나거든,

그를 만난 그 순간이 영원하리라 믿었던 네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것부터 깨달아라. 순간의 행복으로 인해

네가 고통받아야 할 날이 얼마나 여러 날인지,

만남이 있으면 당연히 이별이 있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이제는 수긍하라.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두 사람이 만난 것이

대단하다고 여기기 쉬우나,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이별하는 것이

그저 물이 낮은 데로 흐르듯 아주 자연스럽고 별 대수롭지 않은

일임을 깨달아라. 사랑한다 해서 꼭 함께해야 한다는 법도 없음을

인정한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일도 그 속에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도

봄날 꾸는 꿈처럼 허망한 일이라는 것을 모르진 않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