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내 안에 잡아두는 일

 

쓸데없는 생각인 줄 알면서도 자꾸만 그대와 헤어질 것 같은

망상에 사로잡혔습니다. 이런 내 망상들이 씨앗이 되어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기게 되면 어떡하나,

은근히 불안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대를 내 안에 잡아두는 일은

왜 이리 힘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랑이 이런 거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을.

그대가 언젠가 가버리고 말 사람이라면

끝끝내 내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 말았을 것을.

이제 와 생각하니 모든 게 다 부질없습니다.

그러나 그대여, 그런 후회가 일 때마다 나는 생각합니다.

낙엽이 되어 떨어질 걸 뻔히 알면서도

여름날, 그 뜨거운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

열매 맺게 하는 나뭇잎, 그 섬세한 잎맥을 떠올립니다.


온갖 수고로움으로 열매 맺게 한 뒤

마침내 땅으로 떨어져 나무를 기름지게 하는 잎새.

그 잎새가 자양분이 되어, 발목을 덮어주는 담요가 되어

매서운 겨울을 견딜 수 있게 한다 생각하니,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만 매달리고 집착한 내가 부끄러웠습니다.

사랑을 저울질한 내 이기심의 잣대가 부끄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