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편지
누나
올해도 어김없이 참꽃이 피었어.
지난 겨울, 발목까지 눈이 내리는 날이나
세찬 바람이 불어 우리집 문풍지를 흔들 때면
동네 아이들의 함성소리는 이 언덕배기에서
날리는 연처럼 울려퍼졌지만
난 혹 참꽃이 얼어죽지는 않을까 마음이 졸여져
남 몰래 연줄을 거두곤 했어. 하지만 누나
그저께부터 온 산에 들에 참꽃이 피어나는 걸 보면서
참꽃은 기다리면 기다리는 만큼
더욱 아름답게 피어난다는 걸 알았어.
보고 싶어하면 보고 싶어할수록
반갑다는 걸 알았어.
누나
참꽃이 피면
참꽃이 피면 돌아온다는 말 벌써 잊었어?
내게 약속하며 걸던 새끼손가락의 따스한 느낌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는데
싸리문 밖을 내다보면
맨날 할 일 없는 햇살만 가득해.
누나
누나가 있는 곳은 얼마나 먼 나라길래
답장도 할 수 없을까. 우편배달부 아저씨가
내 편지도 전해줄 수 없다 했을까.
이 편지를
꼭꼭 접은 종이배로 만들어 시냇물에다 띄우면
누나가 받아볼 수 있을까.
종이연을 만들어 하늘 높이 날려보내면
누나가 받아볼 수 있을까.
누나
사람은 죽으면 다 자기가 좋아하는 꽃으로 피어난다는 거
정말이야? 그렇다면 누나는 틀림없이
참꽃으로 피어났을 거다.
연분홍 불빛 같은 참꽃으로 피어났을 거다.
누나
어젯밤엔
참꽃을 한아름 꺾어다가
머리맡에 두고 잠이 들었어.
꿈 속에서 본 누나의 모습은
참꽃보다 더 환하고
눈이 부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