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 이외수의 <말더듬이의 겨울수첩> 중에서

 

어디로 갈까. 저는 목적 없이 걸으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갈까. 그러나 마땅한 장소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도시는 완전히 젖어 있었습니다. 내부 깊숙이까지

축축한 빗물에 젖어 있었습니다. 시간이 무겁게 침잠해 있었습니다.

거리엔 우산들만 빗속에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이 도시는

비가 내리면 모든 것이 호수 쪽으로 떠내려가는 것 같아 보입니다.

호수 연변의 둑을 끼고 줄지어 서 있는 수양버들이

젖은 머리칼을 빗어내리며 가슴을 설레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호수 다리 난간에서 한참 동안 강물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수없이 빗방울이 떨면서 내리면서 수면 위에 잘디잔 파문들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그것은 조금씩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아주 작은 별들이 끊임없이 새로 생겨났다간

사라져버리고 나서 생겨났다간 또 사라져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의 탄생과 죽음도 우주적 차원에서 보면 참으로 찰나이면서

지극히 간단한 문제가 아닐는지요.

아, 저는 정말로 산다는 일이 부질없다는 생각만 거듭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