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걸어놓은 길 - 신영복의 <나의 삶, 나의 길> 중에서

 

마라톤의 주자가 뒤를 돌아보는 행위는 기실 불안한 몸짓일 뿐이다.

그러나 한나절의 북한산 등반을 끝마치고 내려와서

하늘에 걸려 있는 봉우리들을 되돌아볼 때의 감개도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제 발로 넘은 우람한 봉우리들을 바라볼 때의

대견함은 귀중한 것이다. 몇 시간의 등산도 그렇거니 하물며

우리가 살아온 길을 저 산봉우리처럼 선명하게 하늘에 걸어놓고

바라본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 대견함에서 얻는 힘은 어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