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어나오는 불빛 - 노향림의 <아픔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랑이 아름답습니다> 중에서

 

한밤중까지 잠이 오지 않을 때엔 아파트 창문을 연다.

먼 불빛들이 조는 듯이 깜박인다.

그 불빛들은 그냥 깜박이는 불빛들이 아니고 사람으로 치면

정한과 슬픔이 배어나는 눈물 같은 것이다.

아, 저 불빛들도 나처럼 잠들지 않고 깨어 있었구나.

어떤 설명할 수 없는 안도감이 나를 휩싼다. 그리고 어떤 감동으로

나를 이끈다. 나는 그것들이 고독한 채로 서 있는 모습을

내다보기 위해 아파트 창문을 오래오래 열어둔다.

어둠 속에 빨간 불빛만 남겨두고 편하게 잠든 세상.

어둠이 그 뒤로 모습을 감춘 세상은 또 그렇게 넓어보일 수가 없다.

그 불빛들이 켜 있음으로 해서

세상이 살아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