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 김용택의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중에서

 

아, 앞산! 달이 불끈 솟으면 검은 산이 되고 달이 이만큼 다가오면

훤한 산이 되고, 오월이면 노란 꾀꼬리가 울며 날아가고

긴긴 겨울밤이면 부엉새가 잠자리를 뒤척이게 하는 산,

어디를 가든지 늘 따라와 내 옆에 있는 산, 안개가 피면 안개 속에

우람하게 서 있는 산, 어떨 땐 나보다 먼저 일어나 강물에 세수를

깨끗이 하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산, 문을 열면 순간순간

늘 다른 얼굴을 내미는 산. 봄, 여름, 가을, 겨울 철 따라 변화하는

저 산의 짐승과 곤충과 나무와 꽃과 그리고 추억이

지금도 내 가슴을 설레게 한다. 나는 저 산 하나면 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