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말 - 이혜경의 <젖은 골짜기> 중에서

 

왜 산길을 걷다가 마주 오는 사람에게 길을 물으면

사람들이 그러지 않습니까? 조금만 더 가면 돼요.

하지만 정작 걸어보면 그 조금이 한 시간이 되고 한나절도 되지요.

젊었을 땐 그런 식으로 가르쳐주는 게 답답했는데,

나이를 좀 더 먹으니까 그게 참 지혜로운 말 같군요. 멀든 가깝든

그곳을 물은 사람에겐 그곳이 목적지일 테니,

조금만 조금만 하면서 걷는 게 차라리, 까마득하다고 지레

가위 눌려 옴짝달싹 못하는 것보다 낫지 않습니까?

어차피 걸어야 할 길이라면 희망을 가지고 걸으라는 마음이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