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밖으로 - 류시화의 <달새는 달만 생각한다> 중에서

 

나는 이 세상의 것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어떤 불만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틀림없이 신이 존재한다고 믿게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나의 불만족을 채워줄 것인가? 분명히 다른 세상, 다른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

나는 과연 신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내 안에는

불만족이 있기 때문에 이 불만족을 채워줄 어떤 장소, 존재의 다른 장소가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 것이다. 사실 삶 속에서의 인간의 모든 행위는

자기 내부의 불만족을 채워줄 어떤 장소를 찾는 노력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그 존재의 다른 장소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세상의 만족으로는

그 장소에 다가서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의 순례는 끝이 없고, 우리는 저마다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고 있지만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오지 않는 한

다른 종착역은 나타나지 않는다. 어디에도 우리가 머무를 장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