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속에서 영원을 - 하창수의 <호수에 남은 시> 중에서
"물밑은 얼마나 푸를까."
"아무도 몰라. 너무 깊어서 검은색일지도 모르지."
"얼어 있을까."
"아니야. 물밑은 따뜻할 테니까."
"정말 따뜻할까."
"분명해. 우리들을 보면 알 수가 있어."
"어떻게?"
"여길 만져봐. 얼굴을 말이야. 차갑지?"
"응."
"그렇지만 여긴 얼마나 따뜻하니. 여기, 마음속 말이야."
"저 얼음 밑이 우리 마음 같다는 말이야? 마음처럼 따뜻하다고?"
"그래. 난 그걸 알아."
"그럼, 물고기들이 살아 있겠네. 이 추운 겨울에도?"
"그렇고 말고. 물고기들은 따뜻한 물을 마시며 마음껏 헤엄치고 있어."
"누나는 그걸 어떻게 알아?"
"난 알 수 있어. 우리 마음을 봐."
"마음......?"
"그래. 네 마음속에 살아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니."
"맞아."
"뭐가 있니?"
"많아. 움직이는 것들이 많이 있어. 누나는?"
"음...... 낡은 하모니카, 자주색 별들, 사랑, 지난 가을의 노란 은행잎."
"사랑? 은행잎?"
"그리고 또 있어."
"뭔데?"
"너."
"나?"
"그래. 내 마음속에서 넌 물고기처럼 헤엄치고 있어."
"정말이야?"
"그럼 정말이고 말고. 네 마음엔 내가 없니?"
"아, 아니야...... 누나도 있어. 내 마음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