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여 - 피천득의 <수필> 중에서

 

잃었던 젊음을 잠깐이라도 만나본다는 것은 헤어졌던 애인을 만나는 것보다

기쁜 일이다. 헤어진 애인이 여자라면 뚱뚱해졌다거나 말라 바스라졌거나

둘 중이요, 남자라면 낡은 털 재킷 같이 축 늘어졌거나 그렇지 않으면

얼굴이 시뻘개지고 눈빛이 혼탁해졌을 것이다.

젊음은 언제나 한결같이 아름답다. 지나간 날의 애인에게서는 환멸을 느껴도,

누구나 잃어버린 젊음에게서는 안타까운 미련을 갖는다.

나이를 먹으면 젊었을 때의 초조한 번뇌를 해탈하고, 마음이 가라앉는다고 한다.

이 마음의 안정이라는 것은 무기력으로부터 오는 모든 사물에 대한 무관심을

말하는 것이다. 무뎌진 지성과 둔해진 감수성에 대한 슬픈 위안의 말이다.

늙으면 플라톤도 허수아비가 되는 것이다. 아무리 높은 지혜도 젊음만은 못하다.

"인생은 사십부터"라는 말은 "인생은 사십까지"라는 말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들은 구십삼 퍼센트가 사십 미만의 인물들이다.

그러니 사십부터는 여생인가 한다. 사십 년이라면 인생은 짧다.

그러나 생각을 다시 하면, 그리 짧은 편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