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의 낯설음 - 이해인의 <사랑할 땐 별이 되고> 중에서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 새로운 만남이 혹시 사랑으로 오더라도

왠지 두렵다. 누가 이것을 케케묵은 생각이라 비웃어도 어쩔 수 없다.

항아리 속의 오래된 장맛처럼, 낡은 일기장에 얹힌 세월의 향기처럼,

편안하고 담담하고 낯설지 않는 것이 나를 기쁘게 한다.

새 구두를 며칠 신다가도 이내 낡은 구두를 다시 찾아 신게 되고,

어쩌다 식탁에서 자리가 모자라서 두리번거리다가 새 얼굴인 수녀들이

오라고 해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벗들을 얼른 찾아가게 된다.

새로운 것에 적응하면서 살 수 있는 개방성과 신선함이 좋은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역시 옛것이 좋고 오래된 것, 낯익은 것을

집착하는 나이기에 가끔은 답답하리만큼 보수적이고 고루하다는

평을 듣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