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길 - 이어령의 <당신은 아는가 나의 기도를> 중에서

 

생은 율동 속에서 전진한다. 썰물과 밀물의 파도처럼 시간도

율동의 호흡을 지니고 있다. 밤이 지나면 낮이 오고 낮이 가면 밤이 온다.

그러다가 계절은 바람과 함께 변하여 가고 한 해가 바뀌는 것이다.

뜰 아래 핀 한 송이 꽃이 어느덧 그 색채를 잃고 시들어버리는가 하면,

삭풍 속에서 메말랐던 나뭇가지에 파란 움이 트기도 한다.

잃고 얻고 보내고 맞이하다가 세월은 하나의 연륜을 그린다.

실망과 희망은 가장 가까운 이웃인 것이다. 실망이 있기에 희망도 있고,

희망이 있었기에 실망이 있는 것. 어린아이들처럼 모래성을 쌓고 허물고,

허물고 쌓는 것이 인간의 생인지도 모른다. 사실 인간의 길엔

진행형만이 있을 뿐이지 결론은 없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