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에 - 강계순의 <당신이 어찌하여 이 세상에 있습니까> 중에서

 

추억이란 참으로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지요.

어떤 한순간을 세상의 모든 훌륭한 것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이

가장 아름답고 소중하게 채색해 버리고 마는 능력, 모든 일이

다 망각속에 묻혀버리는 긴 세월이 지나도 오직 한순간만을

선명하게 떠올리게 하는 능력, 괴롭고 아픈 일들은 모두 다

지워버리고 즐겁고 빛나는 한순간만을 마치 그림을 오려서

붙이듯이 또렷하게 남겨놓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 추억입니다.

불로 지지듯이 괴롭고 불안했던 나의 지난 시간들이 이 추억의

신비한 능력에 의하여 정화되고 다듬어져서 지금은 오직 눈으로

희디희게 남아 있는 꿈의 알프스만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도 소중하게

나의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이 추억을 분명하게 간직하기 위하여 나는 다시는 그 산으로

가지 않으려 합니다. 추억 속에 남아 있는 곳에 다시 찾아가 보았다가,

만일 나의 추억이 조금이라도 변색된다면 얼마나 서글픈 일이겠습니까.

추억이란 늘 일회적인 것이지요. 마치 우리의 삶이 일회적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