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이라는 터널 - 한영옥의 <고독에 닿은 쓸쓸한 힘을 사랑이라 부르고 싶다> 중에서

 

오죽하면 타인은 지옥이라고 사르트르는 외쳤을까.

타인이라는 캄캄한 터널을 지나면서 우리도 누구나 몇 번씩은

그의 말을 빌리고 싶었으리라. 그러나 또한 타인이란 우리에게

얼마나 신비하고 화사한 것이랴. 때로는 천국이 아니었으랴.

결국은 우리들 자신도 대상에 대하여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주는

타인이 아니던가.

만남은 인연이 아니다. 마음 밭의 잡초를 베고 돌멩이를 골라

그가 편히 들어설 수 있도록 스스로를 가꾸는 끝에 얻어지는

결실일 뿐이다. 너, 타인이라는 터널은 내게 있어 언제나

신비롭고도 어두운 긴 터널이다. 그러나 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들어서면 얼마든지 즐거운, 그래서 역시 신비한 터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