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하늘 - 한수산의 <가을나그네> 중에서

 

안네를 생각했습니다.

나치시절 조그만 다락방에 숨어 살던 한 소녀를, 그 숨막힐 듯한

하루하루 속에서도 꿈과 사랑을 배워갔던, 눈이 큰 그 아이를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지나가기를, 뛰어다닐 풀밭을,

다시 교회의 종소리가 들리는 일요일 아침을,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있는 평화의 날이 오기를 팔딱이는 가슴을 싸안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왜 하늘을 쳐다볼까.

저에게는 안네가 목마르게 기다렸던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을 그리며 하늘을 쳐다보았을까요. 소녀이기 때문일까요?

언제 어디서나 무엇인가를 꿈꾸듯 기다리지 않으면 안되는

우리들 모두의 이름......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