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으로부터의 자유 - 법정의 <무소유> 중에서

 

내 생각의 실마리는 흔히 버스 안에서 이루어진다. 출퇴근 시간의

붐비는 시내버스 안에서 나는 삶의 밀도 같은 것을 실감한다.

선실禪室이나 나무그늘에서 하는 사색은 한적하긴 하지만

어떤 고정관념에 갇혀 공허하거나 무기력해지기 쉬운데

달리는 버스 안에서는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종점을 향해 계속해서 달리고 있는 버스는 그 안에 실려가는 우리들에게

인생의 의미를 적잖게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산다는 일이 일종의 연소요, 자기 소모라는 표현에 공감이 간다. 그리고

함께 타고 가는 사람들의 그 선량한 눈매들이, 저마다 무슨 생각에 잠겨

무심히 창 밖을 내다보는, 그래서 조금은 외롭게 보이는 그 눈매들이

나 자신을 맑게 비추고 있는 것이다. 그 눈매들은 연대감을 갖게 한다.

이 시대와 사회에서 기쁨과 아픔을 함께하고 있다는 그러한 연대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