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슬픔의 바다 - 유홍종의 <슬픈 시인의 바다> 중에서

 

바다가 차츰차츰 나를 바꾸어놓고 있어. 창 밖에 바닥을 드러낸

개펄을 보면서 소름 끼치는 외로움에 참을 길이 없다가도

만조 때가 되면 어느새 내 가슴속에는 무엇인지 모를 그리움으로

가득 차 오르는 거야. 그립고 외로운 것은 어차피 내가 타고난 운명의

변주곡과 같은 거니까 평생 내가 껴안고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것이지.

아아, 서울에서는 속에서 미친 기가 날 때마다 회포를 풀곤 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그저 바다만 계속 바라보는 거야. 그렇게 멍청히

한동안 앉아 있다 보면 어느덧 내 거친 감정이 안에서 서서히 붕괴되고

가라앉기 시작해. 그런 비애의 감정을 반복해서 맛보면서 어느새 나는

그 슬픔의 바다를 사랑하게 되었어. 나는 바다에 길들여지고 있었던 거야.

날이 갈수록 그런 내 오랜 인내와 침묵과 명상들은 생경한 시어로

둔갑해서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구. 그러는 동안 내 시의 이미지는

도회적인 감수성에서 벗어나 바다와 자연으로 전이되고 있었어.

섬, 등대, 갈매기, 수평선, 돛배, 어선...... 그리고 바람과 햇살과 모래와 파도,

그 황량하고 질펀하기만 한 개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