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 강은교의 <달팽이가 달릴 때> 중에서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오늘 아침 저 바람이 부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 살아야지.

그렇게 누구인가가 흐느끼는 소리로 대답한다. 내가 그 소리를

듣듯 이 아침에는 너도 또한 저 소리를 듣고 있으리라. 그런 생각은

나에게 힘을 준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 아침 저 바람 소리로

이어지고 있구나. 나는 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생각한다. 거기에는

구름도 없을 것이다. 거기에는 아마 안개 같은 것도 없을 것이다.

거기에는 아마 허공 같은 것도 없을 것이다. 그 무엇이,

인간이 생각하지 못하는 그 무엇이 거기엔 있을까?

이제 나는 비로소 생각한다. 저 바람은 누군가가 흐느끼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자기의 마음을 던지는 것이라고, 끝없이 끝없이

던지는 것이라고. 나는 저 바람을 안아야 한다고 나에게 중얼거린다.

그래서 창문을 연다. 심호흡을 한다. 그의 마음을 나는

받아주어야 한다. 그의 글을 나의 노트에 옮겨 써야 하리라.

그래서 나의 목숨의 바다를 깊게 해야 하리라.

가을 아침은 내게 다시 말한다. 당신의 마음을 어서 읽으라고.

당신의 거울을 어서 닦으라고. 당신의 바람을 어서 불게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