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을 말하지 않아도 - 조경란의 <식빵굽는 시간> 중에서

 

밤기차에서 창쪽 자리를 얻지 못했을 땐 눈을 두어야 할 위치를

찾기가 힘들다. 빛이 사라지면 소리에 더 민감해진다.

양쪽 창 너머로 지나가는 밤풍경들을 잠으로만 채우기엔 너무 벅차,

식빵을 굽고 있는 누군가를 바라본다. 우리 집 밑 에펠제과점에서

아침이면 올라오는 빵냄새가 난다. 강여진 베이커리?

강영진 베이커리? 소설 속에서 'ㅁ' 이 빠져 있는 내 이름을 보는 것은

낯설다. 식빵, 소보루빵, 크레이프, 화이트 케이크......

에펠제과점에 진열되어 있는 빵은 사주는 사람을 기다린다.

너무 오래 기다린 빵은 그 기다림을 맺어야 한다. 사람의 기다림도

유통기한이 넘어가면 그 기다림을 맺을 수만 있다면

망부석에서 님을 기다리던 옛 사람의 이야기를 몰랐을지 모른다.

제과점에 쌓인 빵이 누군가의 양식이 되기 위해 떠나듯

강여진 주위 사람들도 무언가를 찾아 떠난다. 빵의 떠남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나 사람의 떠남은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떠난 이를 보낸 사람은 유통기한이 지난 빵에

곰팡이들이 붙듯이 기다림을 하는 사람에겐 미련이 붙는다.

이별을 정하는 사람은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에게 확실히

유통기한을 정해 주어야 한다. 미련이 붙지 않게......

부산의 밤풍경이 부산스럽게 창문을 넘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