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나를 - 신경숙의 <깊은 슬픔> 중에서

 

나를 기억해다오. 네 앞에 있는 모든 게 나일 거야.

네가 보는 산과 바다, 아스팔트나 전봇대 같은 것도 나일 거야.

난 네가 내가 노력한 것들을 모를까 봐 걱정이 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네가 알고 있다면 잊지 말고 가끔씩 내 이름을 불러줘.

어디서나 대답할게. 나, 이렇게 나를 놓아버리지만 않았다면

언젠가 너에게 읽어줄 글을 새로 시작할 수 있을 텐데. 그럴 텐데.

아마도 그 글은 이렇게 시작되었겠지. 나, 그들을 만나 불행했다.

그러나 그 불행으로 그 시절을 견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