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으로 - 박재현의 <무를 향해 기어가는 달팽이> 중에서

 

삶도 세상도 그리고 나와 늘 함께 있는 너 조차도 무無일 뿐이다.

내 온몸으로 감싸안아도 그것들의 한쪽 귀퉁이는

언제나 삐죽이 나와 있고 그것들의 하중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늘 나를 짓누른다. 그렇다고 해서 벗어던지거나 모른 체할 수도 없는

이 무게를 견디기 위해 나는 오늘도 무 속으로 떠나는 것이다.

느릿느릿한 달팽이가 되어.